“국정원 나팔수 역할했던 언론, 이 영화를 꼭 보시라”

[미디어오늘]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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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직 언론인 최승호 감독의 영화 ‘자백’, 개봉 5일 만에 6만 관객 돌파… “영화는 생명력이 길다”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다.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독립영화 ‘자백’이 적은 상영관을 배정받았음에도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자백은 개봉 5일 만인 17일 오후 기준 6만316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현재 개봉영화 중 관객수 기준 5위다. 이 추세라면 정치사회 현안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용산참사가 소재인 ‘두 개의 문’의 관객 기록 7만3541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백은 해직기자인 최승호 감독(뉴스타파 PD)이 국정원의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을 취재하고, 역대 간첩조작사건들을 조명하는 내용이다. 최승호 감독은 국가정보원이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유우성씨가 북한을 오갔다는 내용의 중국 정부 출입국 서류를 조작했다는 점을 밝힌다. 카메라를 피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쫓아가며 “간첩조작 사건 당시 책임자로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우세요?”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 영화 자백 포스터.

언론이 간첩조작을 제대로 다루지 않은 덕에 영화가 흥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승호 PD는 “시사회장을 가면 관객들이 아직도 간첩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면서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 망가져 있기 때문에 간첩조작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증거조작이 밝혀져도 외면하고 국정원발 보도를 내보내다 보니 사람들이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백’은 개봉 당시 상영관 121개에서 시작해 5일 만에 152개까지 늘어났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상영관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자백과 같은날 개봉한 어카운턴트는 17일 오후 기준 관객수 5만5000명으로 자백보다 동원 관객이 적지만 상영관은 2배가 넘는 375개에 달한다. 같은 날 개봉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프리파라 모두 모여라! 프리즘☆투어즈’는 동원 관객이 2만1322에 불과하지만 상영관은 157곳으로 자백보다 많다.

멀티플렉스는 상영관 배정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승호 PD는 “자백은 좌석점유율은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시장논리대로라면 상영관을 늘려야 한다”면서 “아직도 멀티플렉스들이 눈치보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을 비판하는 독립영화의 수난은 처음이 아니다. 천안함 사건을 조명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2013년 9월, 개봉 이틀 만에 메가박스에서 상영이 중단됐다. 논란이 제기되자 메가박스는 “보수단체의 협박이 있었다”며 외압을 인정했다. 2014년 10월 개봉한 ‘다이빙벨’은 롯데시네마와 CGV에서 단 하나의 상영관도 배정받지 못해 외압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아래는 최승호 감독과 전화인터뷰 일문일답.

-관객 반응은 어떤가.
“분노를 많이한다. 어떤 분들은 영화를 보다가 소리를 내 욕을 한다. 중학생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 나라의 모습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놀라더라. 어제는 한 고등학교 인권영화제 행사를 통해 120명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영화를 봤는데, ‘국가기관인 국정원이 왜 아직도 저렇게 간첩조작을 하냐’ 등 계속 질문을 해서 나오기 힘들 정도였다.”

- MBC가 이전 같았으면 간첩조작문제를 일찌감치 다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MBC가, 공영방송이 정상이었다면 간첩조작사건의 양상이 달라졌을 거다. 유우성씨의 동생 유가려씨가 자신이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혔을 때 그때 제대로 보도했다면 상황이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지상파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MBC는 ‘시사매거진 2580’기자가 취재하려고 했지만 데스크에서 막혔다. 담당 기자는 ‘민변 나팔수’라는 비판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났음에도 국정원이 증거조작을 했다.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 영화 자백 스틸컷.

- 영화에 언론이 자주 등장한다. 국정원발 정보를 받아 쓰며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아 세우는 방송보도들, 국정원과 공모해 조작인터뷰를 하는 동아일보,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조작 기사까지 나온다.
“언론은 간첩조작사건의 가해자이자 공모자다.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계속해왔다. 국정원이 유우성씨의 출입국 증거를 조작했다는 게 중국정부에 의해 밝혀졌음에도 보수언론은 이걸 어떻게든 뒤집어보려는 국정원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이를 영화에 담은 이유는 당시 관련보도를 한 언론인들이 반성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굉장히 생명이 길다.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 언론이 벌인 일들을 되새김질하게 될 거다. 지금이라도 반성을 했으면 한다.”

- 유우성씨 관련 내용은 대부분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것인데 영화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었나?
“뉴스 보도와 영화는 다르다. 보도는 팩트중심이지만 영화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특성 사건에 드러나는 정서를 더욱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뉴스타파는 아직 모든 국민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보도를 통해서 무죄를 밝혔지만 국정원이 실제로 변한 게 없다. 국정원이 변화하려면 더욱 영향력이 큰 새로운 매체에 호소를 해야 한다고 봤다.”

- 영화는 유우성 사건 외에도 많은 간첩사건을 다룬다. 엔딩 크래딧에는 역대조작사건 리스트 90여건을 시간순으로 띄우기도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영화 후반부에는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생긴 정신이상으로 수십년 동안 고통을 받는 재일교포 피해자를 조명한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못 담은 사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이를 보여주고자 했다. 눈 밝은 분들은 발견했겠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 한 때는 사라졌던 간첩조작이 지금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다.”

- 관련해서 추가로 할 말은.
“송민순 회고록으로 지금 또 다시 종북몰이가 시작되고 있다. 9년 전 일을 갖고 몰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간첩몰이와 다르지 않다. 참 서글프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시민들 힘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