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바꾸는 ‘투사’ 필요하다”

[미디어스] 2016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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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강력한 저널리즘 원하는 독자를 저널리즘의 참여자로”

언론은 권력기관과 정치인, 기업이 숨기려는 사실을 캐낸다. 이런 점에서 모든 언론은 저널리즘을 경합한다. 취재원들이 언론에 편의를 제공하고 때로는 접대를 하는 이유다. 포섭되느냐 마느냐는 각 언론이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르다. 광고와 협찬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언론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예를 들어, 이른바 ‘진보’로 분류되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삼성을 비판했다가 경영이 휘청거렸고, 전문지인 전자신문은 일 년 가까이 삼성과 전쟁을 벌이다 결국 백기투항했다.

또 다른 제약도 있다. KBS, MBC, EBS 같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정치권력이 있다. 최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법정에서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개입 사례들을 ‘비망록’의 형태로 폭로했는데, 그 내용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요청과 길 전 사장의 지시로 뉴스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사주일가가 지배하는 족벌언론들이 모두 보수성향을 띄고 있다는 점도 한국 언론 지형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런 점에서 가장 자유로운 언론이 ‘뉴스타파’다. 이 매체는 ‘99% 시민들을 위한 독립 언론’을 슬로건으로 한 이 매체는 2012년 MB정부 때 해직된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창간됐다. 광고주와 정부부처에 기대지 않는 한국의 첫 ‘비영리 인터넷 탐사보도 전문 매체’다. 현재 30여명의 기자‧PD를 포함 연구자, 멀티미디어팀, 행정팀까지 총 45명이 일하고 있는데 시민 3만6천여명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창간 이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조세도피처와 관련해 특종과 탐사보도를 해내며 자리를 잡았다.

뉴스타파는 흔히 프랑스의 탐사보도 매체인 ‘메디아파르트’와 비교된다. 이 매체는 2008년 프랑스의 신문 기자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기반의 유료 탐사보도 전문 매체다. 메디아파르트는 기성언론이 침묵하던 정치권의 비리를 연이어 보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매체의 꾸준한 탐사보도와 특종에 유료독자는 11만명까지 늘었고, 이 매체는 현재 60여명까지 덩치를 키웠다. 이 매체는 독자와의 접점도 크게 넓혔고, 최근 프랑스의 노동개악 관련해서는 밤샘토론을 생중계하는 등 차별화된 보도와 기획을 이어가고 있다.

진민정 대구대 박사후연구원은 지난 28일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뉴스타파와 메디아파르트의 공통점으로 ‘강력한 저널리즘’을 들었다. 진민정 연구원은 “탐사저널리스트로서 풍부한 직업적 경험을 가진 저널리스트로 구성된 이 두 매체는 기성 언론들이 피상적으로 건드렸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 사안에 대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 쟁점화시켜 왔고 이러한 행보는 독자/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평가했다.

▲진민정 대구대 박사후연구원 (사진=미디어스)

“뉴스타파가 친기득권 세력인 보수언론이 지배하는 한국의 미디어 상황에서 스스로를 성역 없는 탐사보도를 하는 진실전달자로, 기득권이 아닌 시민을 위한 독립언론으로 명명하는 것으로 친정부적인 저널리스트와 자신들을 분리하고 규범적인 경계를 만들고 있다면, 메디아파르트는 기성언론이 권력 감시 역할을 포기한 반면, 자신들은 정치 및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언론으로서 이들의 유착관계로 인한 민주주의의 폐해를 드러낸다는 주장을 통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여타의 저널리스트들과 자신들을 분리하고 있다.”

두 매체의 ‘강력한 저널리즘’은 미디어 비평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뉴스타파는 기성언론을 비평하고, 메디아파르트는 독자와 함께 자사의 보도에 대해 토론한다. 진민정 연구원은 “(뉴스타파는) 한국의 주요 미디어들의 일탈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보도를 통해 이들과 뉴스타파를 분리시킨다”며 “반면 메디아파르트에서 주요 토론과 성찰 대상은 메디아파르트 자체다. 메디아파르트의 저널리스트와 구독자는 프랑스의 주류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함께 공유하기 있기에 많은 토론들이 메디아파르트가 제안한 저널리즘의 실제 사이의 간극이나 직업저널리즘 내부와 외부 사이의 경계를 세우는 데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널리즘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두 매체는 탐사보도와 특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는 기성 주류언론들이 모종의 관계를 이유로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소극적으로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민정 연구원은 “뉴스타파의 보도가 다른 언론에 인용 보도되면서 큰 이슈로 확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언론이 받아주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고 묻히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메디아파르트 역시 창립 초기에 유사한 경험을 했다. 창립 초기처럼 ‘당신들은 늙었어’, ‘웹에서 유료라니?’라는 식의 비웃음은 사라졌지만 메디아파르트에 대한 전통미디어의 불신과 무시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두 매체의 성공과 한계는 여전히 주류언론의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과 ‘자극’이 필요하고, 두 매체 외에도 다양한 독립‧대안언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민정 연구원은 “두 매체의 성공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의미 없는 정보에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시민으로서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양질의 탐사보도에 갈증을 느끼는 다수의 독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러한 독자들을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디지털 독립 탐사 전문 매체의 가능성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매체는 투사, 전사와 같은 느낌”이라며 “저널리즘을 혁명하려면 투사와 전사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