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아닌 세월호 ‘진상’ 파헤친 지상파 보고 싶다”

[PD저널] 2016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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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대상 수상자 인터뷰 ⑤] TV 시사다큐 작품상 뉴스타파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송원근 PD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착잡하다”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로 TV 시사다큐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뉴스타파> 송원근 PD가 밝지 않은 얼굴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지난 22일 오전 뉴스타파가 자리한 서울 세종대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에서 만난 송 PD는 “작년 이맘때 한창 취재를 했는데, 1년이 지나 돌아봤을 때 과연 뭐가 나아졌느냐 싶은 거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마음에선데, 진상조사나 특조위 활동은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고 국민들 관심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고, 언론사는 기사를 안 쓴다”며 “PD입장에서 무력하게 몇 개월을 지나왔다. 그런데 불쑥 1년 전 프로그램으로 상을 받는다고 하니 기분이 좀 그렇다”고 씁쓸한 마음을 표현했다.

▲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로 TV 시사다큐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송원근 PD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PD저널

▲ 제28회 한국PD대상에서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로 TV 시사다큐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송원근 PD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PD저널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은 의외로 담담한 논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정부에 대한 분노도, 강한 비판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그간에 벌어졌던 일과 의문점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첫째는 실종자 수색 종료 당시의 정부 발표와는 전혀 다른 ‘부실 수색’의 전말이다. 둘째는 2014년 5월 영국 자문팀에서 인양 계획이 나왔을 때는 침묵을 지키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대통령이 ‘인양’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영국팀과 동일한 방법의 인양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한 의문이다. 셋째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둘러싼 여당의 방해공작에 대해서다.

송 PD는 “한마디로 참사 이후 세월호 1주기까지 정부가 했던 그 말과 행동이 다 거짓말이었다는 걸 말하는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희생자를 다 구하겠다고 해놓고 안 구했고, 참사 초기부터 실종자 수색을 종료한 이후까지 계속해서 조속히 선체를 인양하겠다고 했던 당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말도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인양 계획이 다 준비됐으면서도 여러 가지를 고려한단 이유로 차일피일 미룬 정부의 말도 거짓말이었고, 진상조사 하겠다고 해놓고 방해하고 있는 여당 입장도 다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2014년 11월 수색을 종료하자마자 선체를 인양할 것처럼 실종자 가족을 설득한 정부는 몇 개월이 지나도록 검토 중이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정부의 모순적인 모습을 바라보며 송 PD는 본격적인 취재를 결심했다. 그는 “11월 수색 종료 후 실종자 가족은 정부를 믿고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는데, 울고 끌어안고 난리를 피웠던 장관과 대통령은 그해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인양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며 “당시 해수부는 가족에게조차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힘 있는 지상파 어디에서도 얘기를 제대로 안 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어떤 상황인지조차 헷갈려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간의 일을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다큐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뉴스타파의 김성수 기자, 박경현 PD가 송 PD와 함께 발품을 팔며 취재를 시작했다. 이때 세월호 참사 이후 꾸준히 기록을 이어온 4·16기록단, ‘미디어 몽구’, 복진오 독립PD 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들의 기록이 있었기에 정부 관계자의 증언을 끌어낼 수 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그들의 기록을 다큐멘터리에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7월 잠수팀 ‘언딘’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며 교체되던 당시, 정부의 수색작업 변경의 일환으로 미국의 제호흡기 잠수사들이 현장에 투입됐다가 물에 발 한 번 담그지 않고 떠난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 4‧16기록단의 이승구 PD와 복진오 PD의 기록이 있었기에 공개가 가능했다.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이와 함께 송 PD는 맹골수로에 잠겨있는 세월호의 모습을 시청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1년이 지난 후 시청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게 뭘까,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이야기는 뭘까 생각해봤을 때, 그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현장과 지금의 세월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꼼꼼히 영상들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희생자들의 울부짖음이 느껴지는 부분을 다큐에 담았다”고 밝혔다.

송 PD는 참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현장의 모습과 참사 초기 언론사 카메라들이 있던 자리를 다시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그는 “녹화를 위해 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 그 위압감은 상상이상이었다”며 “마치 ‘넌 그날 이후 일 년간 뭘 했니?’하고 희생자들이 질문하는 느낌이었다. 아무 대답도 못하니 심장이 더 크게 뛰었나 싶다. 그 중압감, 위압감, 무거움, 떨림들을 시청자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다큐가 나간 후 제작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뉴스타파의 기존 회원들에게서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찻잔 속 태풍이었다.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매체이기에 가지는 한계가 있었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한 주요 언론사들은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송 PD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았기에 아쉬운 건 없다”면서도 “2주기 때는 영향력 있는 몇 백만 명의 시청자를 가진 거대 방송사들이 이 꽉 깨물고 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다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는 “불과 5, 6년 전만해도 성역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PD들 아닌가.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1주기 때도 진상에 대한 이야기는 외면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들을 보니 안타까웠다”며 동료 PD들에게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 뉴스타파 세월호 참사 1주기 특집 <참혹한 세월, 국가의 거짓말>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지금도 여전히 세월호 관련 취재를 이어나가고 있다. 기사나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것은 뜸하지만, 취재를 놓은 적은 없다. 송 PD는 “참사 직후 지상파와 기타 언론들은 보도를 받아쓰기에 급급할 때, 뉴스타파는 4월 17일 밤 엉망인 우리나라 재난구조 시스템을 지적했다”며 그때와 같이 세월호의 진실을 찾는 취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송 PD는 세월호 참사 이후 대중들의 동정과 슬픔이 증오와 시기, 무관심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누가 이런 군중심리를 만드는 것인지 추적하는 다큐를 제작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는 “대형 재난에 대응하는 소위 ‘검은 손’의 실체를 추적해 보고 싶다”며 “그들은 대중들의 어떤 심리를 자극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쨌든 계속 PD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하려면 (뉴스타파가) 계속 운영이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3만 5천여 명의 회원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그는 “공정 언론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강한 언론인으로 계속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