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되 ‘국민일보 기자’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한겨레] 2015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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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송 <국민일보>기자.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황일송 <국민일보>기자.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해고무효 최종판결 황일송 기자

“권력 눈치보지 않는 보도 하고파”

“아직은 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네요. 오늘 들어가면 ‘출근’이 아니라 ‘방문’이 되니까요.”
지난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 사옥 현관에서 황일송 <국민일보>기자를 만났다. 2012년 ‘편집권 독립’을 위한 파업에 앞장섰다가 회사로부터 해고된 그는 앞서 23일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최종판결을 받았다. 회사로 돌아갈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회사쪽에서 며칠 내로 복직 명령을 따로 내겠다고 해서 출근은 미뤄진 상태다.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국민일보 노조)는 2012년 ‘조용기 일가 퇴진’과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17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조 간부로서 적극적으로 파업에 참여했던 황 기자는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해고됐다. ‘회사를 비방하고 관계기관에 회사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도록 촉구했다’는 게 해고 사유였다. 그가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해고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40여개월만에 가까스로 복직의 길이 열렸으나, 황 기자는 “복직 절차가 완료되면 회사에 사직서를 낼 것”이라 했다. 복직의 당위성만 확인받은 뒤 회사를 스스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제 복직을 통해 ‘국민일보’ 구성원들이 벌였던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받고자 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엄연히 ‘국민문화재단’이라는 공익재단에 속해 있는데도, 조용기 목사 일가는 ‘사주’를 자처하며 신문사를 사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파업은 이를 막고 사회의 ‘공기’인 언론을 지키기 위해 나선 용기 있는 행위였습니다. 부당한 해고를 이겨내고 복직에 성공해, 이런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했다. ‘현 상태로 ‘국민일보’로 돌아가서 과연 기자로서 추구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는 것이다. “기자를 천직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취재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싶은데, ‘국민일보’에서는 여전히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해고 기간 동안 비영리 탐사매체인 <뉴스타파>에서 기자로서 새 출발한 것도 그런 고민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신문기자에서 방송기자로 ‘전업’을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어떤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복직을 기다려주던 ‘국민일보’의 동료·후배들이 그 사이 하나둘씩 회사를 떠난 상황도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기쁘고 행복하기보다는 착잡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2000년 입사해 10년 동안 일터로서 정을 붙였던 ‘국민일보’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국민일보’가 이른바 사주 일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명실상부한 ‘정론지’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봅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