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좋은 뉴스’, 언론·독자·사회가 만든다

[한겨레] 2015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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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A href="mailto:kimyh@hani.co.kr">kimyh@hani.co.kr</A>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구독자(유료 독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 조건부 유료화 정책을 시행한 지 4년만에 거둔 성과다. 디지털 광고 매출 역시 전체 광고 수익의 3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종이신문 쪽의 수익은 디지털쪽 수익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인쇄광고 매출은 전년대비 13%나 줄었다. 이는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구독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애플 등과 잇따라 제휴를 맺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신문이 겪고 있는 성공과 어려움은 디지털 시대 언론사가 처해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디지털 시대는 미디어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매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하루에 생산되는 기사량과 소비되는 기사량도 급증했다. 기존 언론사의 수익모델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이 과연 시민들에게 더 많은 ‘좋은 뉴스’를 가져다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적응이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이 회사가 영미권에서 ‘좋은 뉴스’를 생산해왔던 대표적 매체여서다.

디지털 부문서 늘어난 수익으론
신문 광고·구독 감소 만회 역부족개인·기업 등 언론 투자·후원 늘어
새로운 수익모델 가시화 희망적언론은 ‘좋은 뉴스’ 만들기 힘쓰고
수용자·정부 등도 환경 만들어야

구독과 광고라는 두 축으로 이뤄졌던 언론사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붕괴된 뒤 이를 대체할 뚜렷한 수익모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3월 ‘미국 저널리즘의 수익 구조’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2013년 미국의 뉴스 미디어 업체들의 수익원을 분야별로 점검해본 내용을 담았는데, 여전히 ‘광고’ 수익(69%)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고 유료 구독·시청을 포함한 ‘이용자’ 수익은 24%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보고서는 “뉴스에 돈을 주는 다른 방식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언론사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지역 언론이나 탐사 저널리즘이 기부나 후원 등의 방식으로 재정을 확보하는 등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벤트 개최,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 전자상거래, 콘텐츠 저작권 행사 등 다양한 사업들이 포함된 ‘기타’ 수익은 7%의 비중을 차지했다. 기부·후원·투자 등은 1%를 차지했는데,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이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수익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강정수 ‘오픈넷’ 이사는 “<슈피겔 온라인>을 비롯해,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에서는 언론사가 디지털에 걸맞는 혁신을 통해 수익까지 창출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에는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 전통 언론사들처럼 과거의 수익모델에 매달리는 한 절대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외에서는 프랑스 <메디아파르>, 미국 <허핑턴포스트>, 미국 <프로퍼블리카>와 한국의 <뉴스타파> 등 디지털 기사 유료화, 디지털에 특화된 광고 개발, 심층·탐사 콘텐츠로 후원금 유치 등 새로운 수익원 개발에 성공하는 매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론사들이 교육, 출판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등 자신들의 브랜드를 강화해 좀 더 다각화된 수익 모델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시도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전제조건들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뉴스수용자(독자), 언론사, 언론을 둘러싼 사회환경 등 삼자가 함께 노력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좋은 뉴스’를 만들어내려는 언론사의 노력은 필수요건이다. ‘좋은 뉴스’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어렵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은 정치·경제·사회 등 각종 공적 영역의 문제점들을 다루는 ‘경성 뉴스’(hard news)가 디지털 시대에 특히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미국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산하 ‘토우센터’가 지난해 펴낸 보고서는 “경성 뉴스는 저널리즘을 다른 상업적 활동들과 구분짓는 존재”라고 못박았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정보학)는 “구체적인 수익모델은 다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언론사가 단기적인 매출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인 연구와 시스템 구축을 할 수 있느냐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보여줘야, 이용자들이 돈을 낼 수 있고 독지가도 후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뉴스 수용자(독자)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언론이 정부·기업 등의 광고주에 휘둘리며 ‘좋은 뉴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대가는 결국 뉴스 수용자들이 치르게 된다. 따라서 뉴스 수용자들이 ‘좋은 뉴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좋은 뉴스’의 생산을 지지하거나 후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춘식 한국외대 교수는 “소비재·서비스 시장에서 소비자 운동이 있는 것처럼 언론 부문에서도 수용자 운동이 필요하다. ‘좋은 뉴스’가 유통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발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정부 정책을 비롯해 미디어에 대한 국가·사회 차원의 공적인 논의 역시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디지털 시대의 신문’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가적 차원의 대토론회를 벌여 ‘디지털화’와 ‘젊은 층 독자 발굴’을 주된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의 독자 발굴을 위해 정부가 1년 동안 구독 비용을 지원해 신문을 구독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2년까지 누적 인원 70만명이 참여했다. 영국 정부는 2009년 ‘디지털 브리튼’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관련 정책 보고서를 채택했는데, 여기에서 논의된 정부 지원을 받는 ‘재정자립형 뉴스 컨소시엄’ 모델은 실제로 운영되고 있다.<끝>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