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의 사죄 홍영표 의원, 조부 친일행위 공개 사죄…“<뉴스타파> 기획보도 보고 용기 내”

[시사인천] 2015년 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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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친일과 망각’을 보도하고 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광복 70주년, (<뉴스타파>의) ‘친일과 망각’이란 기획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글을 씁니다. 제 조부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광복 70주년이 되면서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친일)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현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조부의 친일행위를 공개 사죄해 눈길을 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러 친일파 후손이 조상의 친일행위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상황에서 나온 공개 사죄라 더욱 그렇다.

조부의 친일행위를 공개 사죄한 국회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홍영표(인천 부평을) 의원이다. 홍 의원의 조부 홍종철은 1930년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참의로 임명돼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홍 의원은 8월 10일 자신의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조부의 친일행위를 사죄했다.

▲ 홍영표 국회의원 트위터 갈무리.

“<뉴스타파> 기획보도 보고 용기 내”

홍 의원은 ‘2013년 생존 애국지사 모임인 한국독립유공자협회의 임우철 회장에게 감사패를 받고 사진을 찍을 때 친일파의 손자이기 때문에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는 일화로 공개 사죄문을 시작했다.

그는 “친일파의 후손인 제가 민족 앞에 사죄하는 길은 민족정기 사업에 더욱 매진하는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고,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고 독립유공자 어른들과 후손들도 자주 뵙지만, 사진촬영 때처럼 그분들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조부의 죄지, 태어나지도 않았던 네가 무슨 죄냐’고 위로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민족정기 사업으로 칭찬을 받을 때는 거리 한복판에 벌거벗고 서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에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다”며 “(<뉴스타파>) 인터뷰가 나오기 전에 공개적으로 사죄의 글을 쓴다”고 공개 사죄 배경을 털어놨다.

또한 홍 의원은 “<뉴스타파>의 기획보도 인터뷰에 응할지 망설였지만, 결국 인터뷰를 했고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 용서를 구하는 후손으로 사는 것이 그나마 죄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죄문에서 처음으로 조부의 친일행위를 알게 된 시점과 과정을 밝혔고, “1970~80년대 청춘을 반독재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을 당시 단 한 번도 일제의 만행을 옹호하지 않았고, 조부로부터 오히려 어떤 자산 물림이나 부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서울대 법대에 재학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웠던 아버지가 낙향해 왜 교편을 잡았는지도 나중에 알았다고 가족사도 공개했다. 지난해 아버지가 작고할 때 독립유공자 어른이 조문을 왔을 당시 아버지 영정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던 일화도 털어놨다.

홍 의원은 “평생 속죄하면서 사셨던 아버지와 의원이 돼 민족정기 사업에 힘을 보태는 아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알고 있습니다. 민족 앞에 당당할 수 없는 저는 친일후손입니다. 더 질책 받고, 그래서 더 민족정기 사업에 정진하며 살아야한다고 다짐하고, 조부의 친일행적에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피해를 입고 상처받은 모든 분께 거듭 용서를 구합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들은 잊지 마시되, 그 후손은 어떤 길을 걷는지 지켜봐주시고, 조부의 행적을 원망하지만 조국을 더 사랑하며 살아가겠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홍 의원은 별도의 서신을 광복회, 독립유공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대표들에게 보냈다.

<뉴스타파>는 해방 70년 특별기획 ‘친일과 망각’을 보도하고 있다. 지난 6일엔 ‘친일후손 1777’을, 10일엔 ‘뿌리 깊은 친일’을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후에 더 보도할 예정이다.

▲ 홍영표 국회의원 홈페이지 갈무리.

홍영표 의원, 몇 차례 공개 사죄…정치인 중 이례적

홍 의원은 이번 사죄에 앞서 몇 차례 공개적으로 조부의 친일행위를 사죄했다.

홍 의원은 2013년 2월 26일 국회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독립유공자 후손의 눈물과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청취 차원에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조부에 대해서는 항상 역사와 국민 앞에 후손으로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최근 문병호(인천 부평갑)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2017년 반환 예정 부평미군기지 활용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도 조부의 친일행위를 사죄했다. 부평미군기지는 한때 대표적 친일파인 손병준의 후손에 의해 ‘조상 땅 찾기’ 소송에 휘말린 곳이라, 친일파와도 연관성이 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조부의 친일행위를 공개하고, 사죄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저희는 몰락한 친일 집안이라 어렵게 자랐고, 그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감옥을 세 차례 다녀왔다”며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 데 앞장서겠다. 부평미군기지 터가 이런(=친일) 역사와 다 연관돼있다. 활용방안을 수립할 때 그런 역사를 간직한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

▲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연광 후보가 게시한 현수막.<시사인천 자료사진>

한편, 홍 의원 조부의 친일행위는 2012년 19대 총선을 며칠 남겨 놓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홍 의원은 이때까지는 조부의 친일행위를 언급하지 않았다. 홍 의원의 측근 몇몇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시 선거에 출마한 김연광(53) 현 새누리당 부평<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이 문제를 처음으로 들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월간조선 편집장 출신으로 당시 총선에서 본인은 ‘임진왜란 의병장 김일의 후손’이라며, ‘반민족 행위자의 후손 홍영표’ 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는 현수막을 선거구 곳곳에 게시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렸고, 총선을 4일 남겨 두고 <조선일보>는 매우 이례적으로 해당 신문을 부평과 인천 전역에 무가지로 뿌렸다. 프로야구 개막식이 열린 문학경기장에만 5000여부가 살포됐고, 부평구와 서구, 계양구 아파트단지에도 뿌려졌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처벌 받은 <조선일보>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