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삼성 스위스 비밀계좌 의혹 공개

[프레시안] 2015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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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삼성 본관이 주소지로 돼 있는 비밀계좌를 공개했다. 삼성이 비자금 관리 목적으로 스위스에 개설한 계좌일 가능성에 눈길이 쏠린다. 과거 삼성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증언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삼성 고위관계자의 스위스 출장과 관련한 증언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해당 계좌는 삼성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ICIJ(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함께 HSBC 스위스 지점 프라이빗 뱅크 비밀계좌 고객 정보를 분석하던 중 서울 태평로 옛 삼성본관 26층이 주소지로 된 계좌를 찾았다. 옛 삼성본관 26층과 27층은 삼성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이 있던 곳이다.
지난 11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계좌를 개설한 주소는 “OFFICE OF THE EXECUTIVE STAFF 26THFL., SAMSUNG MAIN BLDG. 250, 2KA, TAEPYUNG-RO, CHUNG-KU SEOUL 100-742 KOREA(서울 중구 태평로2가 삼성 본관 26층 임원실)”이다. 계좌 개설일은 “1993년 6월 11일”, 명의인은 “KIM HYNUG DO”다. 이는 “KIM HYUNG DO(김형도)”의 오타라는 게 <뉴스타파>의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에 ‘김형도’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현재 전무를 맡고 있다, 김형도 전무는 1993년 계좌 개설 당시에는 삼성전자 과장이었다. 이후 김 전무는 삼성 전략기획실로 옮겨 재무팀 등에서 11년 동안 일했고, 임원으로 승진해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중공업 등에서 근무했다.
<뉴스타파>가 분석한 계좌 정보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국한된다. 이 시기에 예치된 최대 금액은 약 19만 달러, 우리 돈 2억 원 정도이다. 다른 시기, 즉 계좌가 개설된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예치된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계좌 명의인인 김형도 전무는 <뉴스타파>와 만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선, “(해당) 계좌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밝혔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무는 이 자리에서 “아버지는 평범한 봉급쟁이였으며 아버지가 해외계좌를 왜 개설했는지, 돈의 출처는 무엇인지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무의 아버지는 계좌가 개설되기 1년 전인 1992년 사망했다.
<뉴스타파>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한 삼성 측 공식 입장은 김 전무와 같다. 삼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계좌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왜 계좌를 개설한 주소가 삼성 본관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전직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 비자금 관리자들이 김 전무의 명의를 빌려 썼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증언이 있다. 삼성자동차, 삼성중공업 등에서 조사 및 분석 업무를 담당했던 심정택 씨의 증언이다. <삼성의 몰락>이라는 책에서, 심 씨는 삼성 고위 관계자의 스위스 출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휴렛패커드(HP)는 삼성의 오랜 제휴관계 기업이다. 그런데 2014년 11월 13일 HP의 CEO가 방한했을 때, 이재용은 전날인 12일 스위스로 출국해버렸다. 삼성을 잘 아는 인사들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촌평했다. (…) 담당 상무가 출장을 가도 되는 일을 해외 VIP가 방한하는 일정에 맞춰 출국한 것과 관련해 많은 해석이 나왔다. 본인이 반드시 스위스에 가야만 하는 개인적인 일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의 스위스 출장과 관련해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1970년대 중반, 당시는 지금처럼 계열사 사장들의 해외 출장이 빈번하지 않을 때다. 이병철 회장은 출장 가는 모 계열사 대표에게 자신의 단골 양복점인 ‘장미라사’에서 양복을 한 벌 맞춰줬다고 한다. 또한 이 계열사 대표가 스위스 일정이 있었는데, 스위스 현지인이 대표를 마중 나와 달러를 쥐어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