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개척자 김용진·이규연 기자

[한국기자협회] 201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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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말하는 기자]한겨레 안수찬 기자

당신의 오늘을 있게 한 기자는 누구입니까. 지치고 힘들 때 위로해주던 선배, 치열한 현장에서 풍찬노숙해 가며 함께하던 동료, 지적질만 해 미안한 후배에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기자협회보가 새해부터 기자칼럼 ‘기자가 말하는 기자’를 시작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편집자 

평생 누군가 존경해본 적이 없다. 온통 경쟁자만 만들어 혼자 질투하며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을 꼽지 못하여 결국 두 사람에 대한 질투를 기록한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나보다 10여년 앞서 기자의 길을 걸었다. 중앙일보 탐사기획 에디터를 지낸 이 위원과 KBS 탐사보도팀장을 지낸 김 대표는 한국의 탐사보도를 표상한다. 굳이 세분하자면 김 대표는 데이터 저널리즘, 이 위원은 내러티브 저널리즘에 강점이 있다. 두 기자는 출입처-스트레이트-객관주의로 굳어진 한국 언론에 근육과 신경과 피를 불어넣었다.

이들은 90년대 중후반 미국 연수를 다녀온 직후 탐사보도를 개척했다. 권력고발, 맥락보도, 심층분석, 신뢰확보 등에 왜 탐사보도가 적합한지 입증했다. 한국 탐사보도는 두 기자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들이 이끌었던 KBS와 중앙일보의 탐사보도팀은 2000년대 중반 미국탐사기자협회(IRE)의 방송 부문과 외국 언론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들의 기사는 ‘글로벌 수준’이었다. 그들은 모방하고 혁신하여 창조했다. 모방조차 하지 않는 한국 언론에 일대 충격을 주었다.

한국 언론사를 통틀어 세 차례의 ‘해외 연수’ 국면이 있다. 1930년대 외국에 유학한 일제하 몇몇 지식인들이 현대 언론의 이론적 토대를 닦았다. 1950년대 미 국무부 초청으로 단기 연수를 다녀온 일군의 기자들은 객관주의 보도 규준을 확산시켰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미국 등 선진국으로 연수휴직을 다녀온 대량의 기자들이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희귀한 예외가 있으니, 객관주의 규준을 비판하며 80년대 이후 본격 진화한 미국식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저널리즘을 한국에서 구현한 김 대표와 이 위원이다. 두 기자는 충격이고, 우리는 그들의 파동이다. 김 대표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를 만들어 또 한 번 진화 중이다. 나는 두 기자의 아류일 뿐인데, 그게 못마땅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한겨레 안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