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성유보가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아로새긴 ‘200만원’

[미디어오늘] 201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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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성유보가 되자’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달 8일 별세한 고(故)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이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이하 언론노조)이 수여하는 ‘민주언론상’을 받았다. 그가 한국 사회 민주화와 언론개혁, 평화통일을 위해 한평생 헌신한 공로를 후배들이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날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노조가 주최하는 ‘창립 제26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민주언론상 시상식’에는 김종철 위원장을 포함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원로 언론인들과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노동단체 관계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및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와 언론인 현업 단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 故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 부인, 장연희 여사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본상 주인공은 고인이 된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이었다. 성 전 위원장은 언론자유 투쟁을 상징하는, 1974년 10월 ‘동아자유언론실천선언’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전두환 신군부 집권기에도 그는 민언련 전신 민주언론운동협의회(1984년)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고, 1986년에는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을 이끌며 언론·통일 운동의 길을 걸었다.

상을 대신 받은 고인의 부인 장연희 여사는 “여기 와보니까 상 받을만한 사람이 많은데 (세상을) 떠나고 없는 고인에게 상을 줬다”며 “70년대 언론환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기분이 좋지 않은데 앞으로는 나아지길 바란다”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장 여사는 상금 200만원을 아들 뜻에 따라 보도부문 특별상을 수상한 뉴스타파에 기부했다.

▲ 장연희 여사가 뉴스타파 김성근 경영미디어 실장에게 민주언론상 본상 상금 2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상 심사위(위원장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뉴스타파가 특별기획 ‘원전묵시록 2014’를 통해 핵발전소 안전관리와 ‘핵 마피아’ 이권과 실태를 추적하고, 안전 문제를 화두로 제시한 공로를 인정한다”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민언련에서 언론학교 수강을 했었는데 당시 성유보 선생이 계셨다”며 “그때 작업복 같은 걸 입고 계셨고, 참 비듬이 많으셨는데.(웃음) 그땐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몰랐다. 그분 삶을 보면서 기자 생활이 마냥 화려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성유보 선생께서 상금을 뉴스타파에 기부한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 보도부문 특별상을 받은 뉴스타파 특별기획 <원전묵시록2014> 취재팀.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는 “성유보 선생께서 상금을 뉴스타파에 기부한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 활동부문 특별상을 받은 시사인 기자들. 왼쪽부터 김은지, 천관율, 장일호, 송지혜, 전혜원 기자. (사진= 전국언론노동조합)

활동부문 특별상에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기획했던 시사인 기자들이 받았다. 이들은 손배·가압류 소송에 시달리는 해고노동자를 위해 긴급생계비를 지원하자는 ‘노란봉투 캠페인’을 기획, 지속적으로 노동 문제를 이슈화했다.

시사인 송지혜 기자는 “쌍용자동차가 노조에 요구한 손배가압류 47억원 관련 기사를 썼고, 시민 배춘환씨가 4만 7천원을 시사인으로 보내 시작했던 게 노란봉투 캠페인”이라며 “이후 기사 40여 쪽을 썼다. (사회부 사건 기사에서) 누군가가 죽지 않고도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걸 함께한 동료들 덕분에 깨달았다”고 했다.

송 기자는 울먹이며, “민주언론상 수상소식을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직후 들었다”며 “쌍용차 노조 김득중 지부장이 ‘25명이 희생됐는데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수상 소식이 기뻤지만 큰 빚을 진 느낌이며 빚진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참석하지 못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도 활동부문 특별상 수상자였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 창립 제26주년과 관련, “자유인으로 불리는 정인섭 선생과 임순혜 선생은 언제나 언론노조 집회 기자회견장에 오셔서 연대를 하신다”며 “보통 정성이 아닌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했다.

▲ 강성남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24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노조 창립 제26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민주언론상 시상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

강 위원장은 민언련, 언론연대, 동아투위 등 언론 단체를 일일이 거명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희생했던 언론노조 중앙사무처 동지들에게는 이 자리에 계신 선후배 여러분이 특히 박수쳐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또 “노동자대회를 할 때마다 꼬박 20명씩 참석해주는 작은 조직, 출판노조협의회 식구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1987년 6월 항쟁 때 민주화 열풍이 불자 MBC 노조 결성을 시작으로 언론계도 긴 잠에서 깨어났고, 전국 모든 신문·방송에서 민주 노조를 만들었다”며 “민족 화해와 공존, 진정한 민주화와 노동자‧농민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하루빨리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을 되찾아 민주화와 민중 생존권을 확보해야 하는 게 우리 언론인 소명”이라고 밝혔다.

▲ 24일 오후 6시 언론노조가 주최한 ‘창립 제26주년 기념식 및 제24회 민주언론상 시상식’에서 참석자 및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전국언론노동조합)